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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 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2022-09-12 20:31

정혜신 | 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1. 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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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 저자: 정혜신
  • 출판사: 해냄
  • 출간일: 2021년 11월 15일
  • 쪽수: 320 페이지
  • 정가: 15,800원
 

2. 읽게 된 계기

우연히 친한 친구가 추천해줘서 읽게 된 심리학 책이다. 친구도 본인의 친구가 추천해줘서 읽게 되었다고 했는데, 내용이 너무 좋다며 나에게도 읽어보라고 본인이 가지고 있던 책을 빌려주었다. 워낙 책을 자주 읽는 타입은 아닌 데다가 읽더라도 보통 지식서를 읽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심리학 책을 읽는 것은 낯설었지만 내용이 궁금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안 그래도 나는 내가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변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등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이 많은 성격이었기에 조금 더 호기심이 생긴 것도 있었던 것 같다.
 

3. 책의 주제, 간단한 내용 요약

이 책은 '공감'에 대해서 다룬다. 힘든 시기나 상황을 겪고 있는 자신 혹은 타인에게 부작용 없이 처방해줄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이면서 일상적인(그래서 '적정심리학') 치유제로서의 공감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설명한다. 사실 주제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명료하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이 느끼는 마음, 감정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에 언제나 옳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없이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치유적인 공감이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가치관, 신념, 성향, 지위 등은 사람의 외곽 요소(마치 맨몸을 가리고 있는 옷과 같다)일 뿐 존재 자체의 개별성은 사람의 마음, 감정에 있다고 말한다. 공감은 존재 자체의 개별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물론 마음이 옳다고 행동까지 옳은 건 아니라는 점을 덧붙인다.)
또한,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경고의 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작정 들어주고 다 받아들이는 것은 그저 감정 노동일 뿐이며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통념에 대한 경고다. 심지어 나조차도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이러한 의심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어떤 마음이든지 간에 그 마음이 충조평판 없이 받아들여지고 인정될 때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되며, 그때 비로소 본인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그 상황에 대해 합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다. 따라서 다른 말들은 그 이후에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공감 과정에서 무엇보다 '나의 감정'이 우선한다고 말하며, '나의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감정 노동은 공감이 아니라 설명한다. 따라서 '나의 감정'이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관계를 끊는 것에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흔히 알려진 통념과 달리 공감이라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수성 등을 통해 동일한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히려 정말 치유적인 공감은 상대의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하나하나 구석구석 물어봐주고,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상황에서 상대가 느꼈다고 말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 말한다. 즉, 자세히 알아야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공감을 못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4. 인상 깊었던 부분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는 한 노인에게, 그 행동에 대한 질타를 하지 않고 뜬금없이 그의 '고향'에 대해 묻는 대화를 시작했을 때 종국에는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었다는 사례가 정말 인상 깊었다. 노인이 취한 폭력적인 '행동' 자체는 잘못된 것이 맞지만, 그 행동을 불러일으킨 '감정'에는 잘못이 없다. 이 사례는 감정, 즉 노인의 존재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노인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노인 본인이 알아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공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또한, 공감이라는 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설명이 매우 인상 깊었다. 나의 감정이 존중받지 못하는 선에서 무작정 들어주는 감정 노동은 공감이 아니라고 말한 점, 타고난 감수성으로 동일한 감정을 느껴야만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 즉 묻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공감이 이뤄진다는 점은 나로 하여금 다소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공감이라는 것을 잘못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순간이 많았던 것 같았다는 일종의 후회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충조평판을 하고 있던 때가 떠올랐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도 나의 힘든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때 듣고자 하는 말이 그런 충조평판이 전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나의 상황에 대한 이성적인 해결책을 원할 때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내 감정에 대한 존중이 먼저 이뤄진 다음이길 바랐던 것 같다. 충조평판은 섣불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마지막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듯한 누군가에게 그 상황에 대해 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종종 했는데 이 책에서 그 답을 제시해주었다. 힘든 이야기를 터놓았을 때 상대가 충조평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존중해준다는 믿음이 없을 때 사람은 입을 다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무작정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진 않을지언정, 최소한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있는 그대로 들어줄 수 있는 상태라는 안정감을 상대에게 줘야겠다고. 주변에게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5. 읽고 난 후기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단언컨대 내 인생 책이다. 살면서 읽은 책 중에 이렇게까지 마음속에 깊이 박히고 지난날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 책은 없었다. 더군다나 반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까지도 제시해주었다. 사실 학업이나 일과 관련된 조직에서 활동할 때는 워낙 정확성을 중요시하여 따뜻하다는 이미지를 풍기지는 않는데, 가까운 사람은 알고 있듯이 속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누구보다 챙겨주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내 입으로 말하는 게 민망하지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지금껏 했던 공감이나 도움의 손길이 전부 다 정확한 방향을 향하지는 못했다는 점에 대해 반성을 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주변에 따뜻함을 베풀어야 할지 감이 잡힌 것 같다. 물론 책 한 권을 읽고 그 모든 태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가슴속에 고이 간직해두고 노력하면 바뀔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꼭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공감'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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